문재인캠프 출신 전 감사원 관료 사장 내정 논란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KAI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사진은 감사원에 재직할 때 김조원 내정자 모습ⓒ감사원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우]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가 매출 3조원에 육박하는 국내 최대 방산기업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지휘봉을 잡게 돼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AI는 이사회를 열어 김조원 건국대 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를 새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오는 25일 KAI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선임이 확정된다.

1957년생인 김조원 대표이사 내정자는 1978년 행정고시 22회로 공직에 입문한 정통 관료 출신이다. 그는 당시 총무처와 교통부 등에서 근무하다 1985년 감사원으로 옮겨 25년간 재직한 후 퇴임했다. 김조원 내정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내면서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이던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일하기도 했다.

즉 김조원 내정자는 공무원 생활 대부분을 감사 경력으로 채웠을 뿐 방위산업과는 전혀 인연이 없었던 셈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들이 김조원 내정자의 리더십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KAI가 18조원 규모의 미국 차세대 고등훈련기 사업 수주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최고경영자의 전문성 부족은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방위산업은 덩어리 큰 사업을 따내야 하기 때문에 최종결정권자의 비즈니스 감각과 결단력이 필요하다”며 “법조문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감사통 공무원을 KAI 수장으로 앉히겠다는 것은 방위산업에 대한 무지의 소치”라고 지적했다.

한국방위산업학회장인 채우석 안양대 경영학과 교수도 “전문성 없는 김조원 내정자가 KAI 사업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조직을 이해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방산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KAI 이사회가 김조원 내정자 선임을 강행한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김조원 내정자는 2015년 더불어민주당 당무 감사원장을 지냈고 문재인 대통령 선거 캠프에 참여하는 등 여권과 꾸준히 교류해왔다. 그는 최근 금융감독원장 임명 직전까지 갔으나 금융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탈락하기도 했다.

다만 김조원 내정자가 현 정권과 가깝다는 점이 KAI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채우석 교수는 “방위산업은 정치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정부가 김조원 내정자를 적극적으로 밀어준다면 KAI 사업에 나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조원 내정자는 연합뉴스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전문성 부족을 인정한 후 조직 안정에 힘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KAI가 새로운 항공사업을 펼치는 데 주력하는 상황이라면 항공 제조 기술자나 설계자 등 엔지니어가 사장을 맡는 게 좋을 것”이라면서도 “지금 KAI에 필요한 것은 조직을 추스르는 관리 능력”이라고 전했다. 

한편 KAI는 수리온, T-50, FA-50 등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원가를 부풀려 수백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기는 등 방산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 때문에 하성용 전 KAI 대표이사가 검찰에서 수사를 받아왔다. 검찰은 구속만료일인 오는 12일 전에 하성용 전 대표이사를 구속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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