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의 글로 보다]

매일 하루를 연습하지만
여전히 서툴구나
어제 버렸던 싫은 마음들이
다시 가득하구나

[오피니언타임스=김동진] 원펀치(박성도, 서영호)의 <사람의 마음>이라는 노래의 첫 구절이다.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사람의 마음이란 과연 무엇인지, 정답 없는 어려운 질문을 곱씹게 된다.

얼마 전 사진을 하나 보았다. 차가운 체육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무언가를 간절히 호소하는 사람들의 사진. 그분들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학부모였고, 특수학교 설립을 호소하고 있었다.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토론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무릎 꿇고 호소하는 그 분들에게 쇼 하지 말라고 소리치는 사람도 있었고 무심하게 그들을 외면하는 이들도 있었다. 무릎 꿇은 학부모 중에는 이미 자신의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 특수학교와 직접 관련이 없는 분들도 있었다. 자신의 경험으로 특수학교 설립이 얼마나 절실한 문제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그랬을 것이다.

이상한 것은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태도였다. 그들은 특수학교가 들어오는 대신 대형 한방병원이 생기면 지역도 활성화되고 집값도 오르고, 지역에 직접적이고 가시적인 경제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사람들이다. 그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지역이 발전하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갖고 있더라도, 다른 문제도 아니고 아이들의 학습권이 달려있는 학교 설립을 위해 무릎까지 꿇고 눈물 흘리며 호소하는 사람들을 향해 고성을 지르고 원색적인 비난을 하게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당시 기자들도 많이 와 있어 자신의 얼굴과 행동이 뉴스나 유튜브 등을 통해 널리 퍼져나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들의 행동엔 일말의 주저함도 보이지 않았다.

나라면 속으로는 특수학교 대신 한방병원이 들어서면 집값도 오르고 동네도 발전하니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더라도 무릎 꿇고 눈물 흘리며 학교 설립을 호소하는 분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진 못한다. 그게 최소한의 사람에 대한 예의다. 사람이 사람에게 지켜야할 최소한의 도리이다. 특수학교 설립을 호소하는 분들을 자기 아이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 다른 문제도 아니고 아이의 교육이 달린 문제인데.

©픽사베이

장애아 부모들의 호소를 냉정하게 외면하는 사람들을 보며 최근 들어 이런 풍경이 점점 익숙해져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어떤 사람들의 태도들. 세월호 유가족들의 농성장 앞에서 어묵을 먹고 폭식투쟁을 하던 사람들, 광주 민주화 운동 희생자들을 차마 입에 담기조차 힘든 폭력적인 언어로 조롱하는 사람들.

보통의 상식으로는 쉽게 할 수 없는 무례하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그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당당하고 확신에 차 있다. 요즘 같은 매체 홍수 시대에 자신의 얼굴과 행동이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노출된다는 걸 뻔히 알고 있을 텐데도 그들은 부끄러움을 전혀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대체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 걸까? 무엇이 힘든 처지에 놓여있는 사회적 약자들을 향해 폭력적인 행동을 하게 만드는 걸까? 어떤 마음이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쉽게 이해가 안 된다. 다만 사람의 마음은 논리와 이성보다는 감정과 충동에 더 쉽게 흔들릴 수 있는 것이라고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그렇다면 나는 그들과 완전 다른 사람인가? 일방적으로 그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물론 그렇지 않을 것이다. 다만 나는 연습해도 서투를 수밖에 없는 사람의 마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더 생각한다.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이 다는 아니라는 것을, 언제든 실수할 수 있고 남에게 상처 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내가 언제든 그럴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런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런 노력들이 우리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다.

노래 <사람의 마음>은 이렇게 끝난다.

다시금 기다리고
마음은 쉽지 않겠지만
또 하루 살아가는
그래서 위대한 우리

김동진

한때 배고픈 영화인이었고 지금은 아이들 독서수업하며 틈틈이 글을 쓴다.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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