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외로움의 끝5

남자는 혹시 여자의 섬, 산 자들은 가지 못하는 섬 이어도에 도착한 것일까.
글쎄, 이어도에서 온 사람이 없으니 누구도 알 수는 없다.

남자가 그 길 끝으로 가려다 문득 보니,
손에 쥔 지팡이만 끝내 남았음을 깨달았다.
남자는 끝까지 자기를 따라온 지팡이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지팡이는 바람도 따라왔다고 살짝 알려줬다. 그러자 바람이 남자의 손등을 쳐 존재를 알렸다.

바람: 나는 누구도 떠나지 않아.

바람이 신비한 소리를 내어 남자에게 물었다.

바람: 그 소녀는 어디 갔나?
     까마귀, 말, 소나무, 배는

남자: 다 떠났지. 우리는 결국 혼자니까.

바람: 착각하지 말라. 남자가 떠났다고 말하는 그들은 모두 내 안에 있다.
     그들은 떠난 게 아니다. 남자의 머리에 남은 그들은 그럼 누구인가
     남자가 걸어 온 이 부드러운 길도 바다여신이 된 소녀가 남자에게 준 선물이다.

남자의 눈이 더 작아지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남자: 어떻게 믿지
바람: 그럼, 남자는 이어도를 어떻게 믿었나? 보지도 못한 그 소녀는?
     내가 과연 황색인가? 나는 원래 색이 없다. 남자가 나를 검은 색, 황색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 색이 더 진짜이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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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사실은 어디 있던가?
     다 그러리라고 믿은
     인상과 심상 아니던가?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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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획은 변시지 그림을 소유한 시지아트재단과 황인선 작가와 협의 후 게재하는 것입니다. 본문 안에 포함된 사진을 따로 퍼가거나 임의로 사용할 경우 저작권법에 저촉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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