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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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아침에 눈을 뜨면 중심이 바로 선다. 알람소리가 울리기 무섭게 곧장 샤워를 하고 대충 옷을 챙겨 입는다. 하루 일과를 상상하며 출근길에 오르고, 9시가 되면 모든 집중을 일에 쏟아낸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답도 없는 일에 오기를 부린다. 故정주영 회장의 ‘이봐, 해봤어?’라는 기업가 정신이 오기의 밑거름이 될 줄이야.

우리는 어록에 감탄하지만 실천하며 탄식한다. 탄식이 쌓이면 내공이 되고 내공은 권위를 형성한다. 형성된 권위는 물질을 낳고 물질은 또 다른 집착을 만들겠지. 그렇게 성공의 물망에 오른 인간은 일중독에 빠져버린다. 중심을 벗어난 중독은 자신과 타인에게 가하는 폭력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땐 이미 늦었다.

주말에 휴식하며 중독을 털어내고 중심으로 회귀하지만, 경로의존성에 따라 과거의 중독이 미래의 중심을 지배해버린다. 일이 삶의 중심으로만 머물러 있어주면 좋을 텐데 자꾸만 중독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며 손짓한다. 그러다 임계점에 다다르면 스스로 쌓아온 권위를 무너뜨리고 회사와 이별한다.

아, 이 슬프고도 가혹한 직장인의 운명이여.
오늘도 비탈진 중심의 언덕에서 중독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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