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준의 신드롬필름]

[오피니언타임스=신영준] 영국의 락밴드 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누적 관객 수 700만명을 돌파하며 올해 흥행 순위 3위를 기록 중이다. 10월 31일 개봉한 지 불과 한 달 반만의 일이다.

전 세계 흥행 수익도 영국 다음으로 한국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여러 전문가들이 이 영화가 어떻게 한국에서 흥행했는지를 두고 많은 분석들을 내놓고 있다. 퀸의 음악성, 세대를 뛰어넘는 시대정신, 싱어롱 문화의 재발견, 스타들의 관람 및 마케팅의 성공, 전기 영화가 아닌 음악 영화로서의 성공. 모든 조건들이 흥행에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겠다. 퀸을 잘 아는 기성세대들과 힙합이 주류 음악인 시대에 살고 있는 신세대들을 모두 아우렀다.

배경에 깔리는 짧은 멜로디들은 광고나 방송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큼 익숙하다. 평소에 록 음악을 즐기지 않더라도 록밴드 퀸의 실험정신과 혁신성은 관객의 심장을 뛰게 하기에 충분했다. 퀸 덕후들은 몇몇 영화적 설정이 실제와 다르다는 것을 지적했지만 영화적 각색으로 받아들여졌고 후반부 라이브 에이드 무대를 그대로 재연한 것에는 박수를 보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컷 ⓒ네이버 영화

주인공인 프레디 머큐리는 비주류 중의 비주류였다. 런던에서 살아가는 인도-아프리카 중복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힌두교(다신교)가 주류인 인도에서 조로아스터교(유일신, 배화교)를 믿어 힌두교도들의 박해를 피해 영국령의 한 섬으로 이주했다. 영화에 몇 번 등장하는 대사 “좋은 생각, 좋은 말, 좋은 행동”이 바로 조로아스터교의 기본 가르침이다. 히스로 공항에서 짐을 나르는 잡부를 하고 있을 때 “파키(파키스탄인을 얕잡아 부르는 말)”라며 인종차별을 당하는 장면도 나온다. 그리고 메리 오스틴과 약혼 후에 성 정체성에 대해 혼란이 오고 스스로 바이섹슈얼(양성애자) 임을 인정한다. 극중 메리는 “당신은 게이야”라고 했지만 머큐리는 바이섹슈얼이다. 인종, 종교, 성적 취향 뭐하나 주류에 해당되는 부분이 없다. 그것이 퀸의 정신에 깃들지 않았을까 싶다.

그는 비주류 중의 비주류였다. 당시의 영국 상황에 빗대어 보면 머큐리의 인기는 인종차별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었을 것이다. 영화의 제목이자 희대의 명반인 ‘보헤미안 랩소디’의 보헤미안은 체코의 서쪽 지역 보헤미아에서 온 사람들이란 뜻인데 춤과 음악을 사랑하는 유럽의 부랑민이나 집시들이 많은 지역이었다. 그 영향으로 19세기 말 보헤미안은 사회적 관습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하고 행동하는 예술가, 지식인 집단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거슬러보면 한국에서 음악영화는 꽤나 좋은 성적을 거둬왔다. 원스, 비긴 어게인, 레미제라블, 맘마미아, 라라랜드 그리고 보헤미안 랩소디까지... 그리고 케이팝의 최대 아웃풋이라고 할 수 있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BTS를 낳았다. 이 모든 게 진정으로 음악을 사랑하고 즐기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한국은 아시아의 보헤미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Ay-Oh(에-오)!”

라이브 에이드 무대를 시작하기 전 머큐리는 관객들과 소통하며 목을 풀었다. “에-오” 소리에 음악을 사랑하고 즐길 줄 아는 우리는 반응했다. 싱어롱 상영관이 생기자 재관람을 마다않고 달려가 스크린 속 머큐리와 소통하며 즐겼다. 비주류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성공을 보고 그들에게 열광하는 일. 그것은 바로 지금 우리나라에 필요한 시대정신이다.

성소수자, 사회적 소외계층, 다문화 가정 등 너무나 많은 이들이 비주류라는 틀에서 고통 받고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당신이 머큐리를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다면 이제 우리 사회에서 고통 받는 이들도 사랑할 때가 왔다. 그 누구든 어떤 차별도 없이 마음껏 사랑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신영준

언론정보학 전공.
영화, 경제, 사회 그리고 세상만물에 관심 많은 젊은이.
머리에 피는 말라도 가슴에 꿈은 마르지 않는 세상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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