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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을 위한 변명

기사승인 2019.06.10  11: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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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계홍의 세상읽기]

[논객칼럼=이계홍] 방송인 김제동이 어느 지방자치단체 초청 강연에 ‘고액 강연료’가 책정되었다고 보도한 조선일보에 심기가 불편했던지 최근 KBS <오늘밤 김제동>에서 조선일보에 대해 직접 언급했다. 그는 ‘김제동 강연료 1550만원’이라는 제목의 조선일보 칼럼을 들먹이면서 팩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도 조선일보 칼럼을 자주 본다. 좋은 내용도 많다. 그러나 이건 바로잡아야 될 것 같다. <오늘밤 김제동> 시청률이 2% 안팎이라고 했는데, 어제(6월 5일로 보임) 4.6%였고, 평균 4%이고, 최고 시청률은 6.5%였다. 논설 읽는 사람 입장에서 사실은 알고 써야 한다고 본다.”

‘고액 강연료’냐 아니냐에 대한 입장 표명 대신 시청률 팩트 체크로 얼버무리는 것 같아서 조금은 언짢았다. 강사료 논란에 관해서 그는 “강의료 받아서 자꾸 어디 쓰냐고 묻는다. 이런 이야긴 안하려고 했는데 조선일보 ‘스쿨업그레이드 캠페인’과 모교 대구 달성고에 5000만원씩 합쳐서 1억원을 기부했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소속사 연예인은 나 하나 뿐이고, 식구가 6명인데 같이 살아야죠”라고 해명했다. 말하자면 6명의 식구를 먹여살리기 때문에 ‘고액 강연료’를 혼자 먹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토로하는 것같다. 그가 왜 ‘고액 강연료’ 논란을 정면으로 대응하지 않고 에둘러 비켜갔을까. 두렵고 무서워서였을까.

Ⓒ김제동 페이스북

무소속 이언주 국회의원은 김제동의 ‘고액 강연료‘ 논란과 관련해 각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자체 행사에 김제동씨를 초청한 이력이 있는지 알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이 의원 측은 “고액 강연료 논란 때문에 김제동씨 초청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공문을 보낸 게 맞다”며 “사례가 있다면 강연료가 적정했는지 등을 따져볼 방침이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이후 그의 어느 지자체 강연회는 취소됐다.

그러면 결론부터 말하겠다. 보수 언론이나 자유한국당이나 이언주 의원의 ‘김제동 고액 강연료’ 시비는 적절치 않다. 객관성이 결여되고, 인기 방송인 및 연예인 강연료나 출연료 현실을 외면한 ‘의도적 비난’을 하기 위한 것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 가격과 비교해 지적하는 것이 온당하다.

필자가 아는 어느 문인은 기업의 초청강연에 나가서 1500만-2000만원의 강연료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인문학자 강연료도 그 수준이라는 말을 들었다. 인기 연예인의 경우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이경규·유재석·강호동을 비롯한 인기 방송인들이 수천 만원의 출연료를 받고 있다는 것은 알려진 일이다. 재치에 있어서나 달변의 말솜씨, 어려운 내용도 쉽게 풀어서 전달하는 폭넓은 인문학적 소양, 지적 영역 등에서 김제동이 이들보다 떨어진다고 보지 않는다. 그래서 어느 인기인 못지 않은 팬덤을 갖고 있다고 보여진다.

한국일보 강진구 기자가 쓴 ‘김제동 고액 강연료 논란, 연예인들 도대체 얼마나 받길래’(6월6일자) 기사에 따르면, “대학 축제 등 무대에서 가수들이 3곡을 부르고 4000만~5000만원을 챙기고, TV에 다수 출연한 유명 영화평론가도 강연 형식의 토크쇼 행사 1회당 1500만원을 받는 게 현실”이라고 한 연예업계 인사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유명 아나운서에게 기업 행사 등의 사회를 맡겨도 800만원은 줘야 한다. 고액 강사료가 문제라면, 김제동 뿐만 아니라 모든 연예인의 강연료나 행사 출연료가 지나치게 높다고 비판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기사 부제에는 ‘김제동의 시장 가격이 2000만원 선’이라고 달았다. 그에 비하면 이번 지자체 강연료는 500만원 싼 편이다.

김제동이 시장에서 강연료가 비싼지의 여부는 다른 인기 방송인이나 연예인, 가수들과 비교해서 말해야지 김제동의 강연료만 가지고 시비를 거는 것은 다른 인기 연예인 출연료를 모르는 국민들에게는 오해를 사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시간당 최저임금을 7천원이냐, 8천원이냐로 다투고 있는 세상에 ‘90분 강연에 1550만원’이라는 것은 의도된 것이든 아니든 국민적 위화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우리가 익히 알다시피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기 연예인’은 다른 직종보다 훨씬 돈을 잘 번다. 이는 사회적으로 그만큼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점 조선일보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유독 김제동의 ‘고액 강연료’에 시비를 건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촛불집회를 지지한 진보적 성향이고, 그래서 현 정권의 비호를 받아 금전적 수혜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암암리에 유포하고자 하는 또다른 정치적 계산법이 작동한 것이 아닐까. 진보는 청렴하거나 가난해야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을 잘 벌고 있는 것이 마땅치 않게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돈버는 구석을 샅샅이 뒤져서 진보가 돈을 만드는 행태를 여러 길목에서 수문장처럼 지키고 있다는 의도도 깔려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보수의 밉상’ 김제동이 그런 덫에 걸려든 것이다.

보수란 옹졸하고 비정한 것이 아니라 대체로 관용적이며 너그럽다. 본래 그런 것이라기보다 돈을 많이 주무르다보니 부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 때문에 본의아니게 타자에게 관대했다고 본다. 그러나 한국의 보수는 비리, 특권, 불법으로 탐욕을 채우면서도 관용이라는 것을 모른다. 그리고 사돈이 논 사면 배가 아프다는 식으로 남의 잘사는 꼴을 못본다. 진보가 자본에 눈뜬다는 것은 더더군다나 참을 수 없는 ‘모욕’이다.

진정한 보수란 능력에 따라,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그 사람의 가치가 매겨진다는 것도 알 것이다. 자유시장 경쟁에서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이 보수주의가 지향하는 기본태도 아닌가. 김제동의 강연료가 시간당 최저임금과 비교하며 터무니없는 ‘특혜’를 받고 있다고 비교 대상도 아닌 것을 가지고 비난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고, 보수가 지향하는 넉넉한 태도와는 거리가 멀다.

김제동은 전문대학을 나왔다. 그런데 맹렬 보수 우파들이 몰려다니는 매체의 댓글을 보면, 가방끈이 짧다느니, 생김새가 어떻다느니로 험한 인신공격을 해댄다. ‘유쾌하지 못한 잇몸’을 드러내 떠벌이면서 떼돈을 번다고 비아냥거린다. 메시지를 공격할 수 없으면 메신저를 공격한다는 말 그대로다. 보수 매체나 보수 세력의 ‘고액 강연료’ 시비도 그런 차원과 다를 것이 없다. 비인격적이고 비겁한 행동들이다.

필자는 그의 재치와 인문학적 소양과 시대정신에 투철한 철학에 감동을 받는 경우가 많다. 배운 것을 위트와 재치, 달변으로 설파하며 세상을 바꾸는 일역을 담당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공동체를 치유하고자 한다. 그를 보면 우선 편안해서 좋다. 유니크한 차별성도 있다. 그래서 그의 강연료는 다른 인기인에 비해 시장 가격이 ‘염가’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정당하게 제 값을 받기를 바란다. 소박하고 서민적이고 싼티를 내니 더 밟는 고약한 세상을 모범적으로 엎어주기 바란다. 

이계홍

동아일보 문화부 차장, 여론독자부 차장

서울신문 수석편집부국장 통일문제연구소장

용인대 겸임교수, 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객원교수 역임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계홍 khlee054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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