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복 박사의 구취 의학3]

[오피니언타임스=김대복] 키스는 보편적인 사랑의 문화다. 인간 집단 90% 가량에서 키스 문화가 보고되고 있다. 사랑행위 때의 입맞춤에 대해 스위스 생물학자 클라우스 위드킨트는 “여성은 냄새를 맡음으로써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남자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빼어난 유전자를 가진 남성의 냄새는 건강하기에 향기로운 반면, 열등한 유전자의 남성 냄새는 건강하지 못하기에 향기가 덜한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또 배우자의 부정 감시 방법이라는 설도 있다. 혼인 제도가 원시시대의 난혼을 거쳐 일부일처제로 보편화되면서 배우자에 대한 독점욕이 강화되었다. 키스를 통한 냄새와 느낌으로 연인이 다른 사람에게 눈길을 주는가를 확인하는 배경이 있다는 설이다. 그러나 학습 못지않게 본능으로 풀이하는 게 타당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이에서는 자석에 끌리듯 입맞춤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키스가 부담스러운 연인도 있다. 입 냄새를 의식하는 남녀다. 구취가 나면 로맨틱한 분위기가 망가진다. 양치질을 하고, 구강청결제를 사용해도 한계가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의 키스는 상대를 곤혹스럽게 한다. 입 냄새가 심해도 본인은 정작 모를 수 있다. 오랜 기간 구취에 적응된 탓이다. 자신은 물론이고 주위 사람도 불편하게 하는 입 냄새는 크게 진성구취, 가성구취, 구취공포증 등 세 가지로 분류된다.

Ⓒ픽사베이

먼저, 진성구취다. 입에서 역겨움이 느껴지는 진짜 구취다. 많은 진성구취인은 냄새가 나는지 안 나는지 모른다. 그렇기에 가족이나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이 말을 해 줘 알게 되는 게 대부분이다. 진성구취는 인간의 오감(五感)을 활용한 관능검사(sensory test)와 객관적 검사로 확인이 가능하다. 한의원의 관능검사는 경험 많은 한의사가 피험자의 호기 시 공기의 냄새를 맡아 평가한다. 객관적 검사는 구취 측정기가 대표적으로 냄새의 특징에 따라 소화기질환, 구강질환, 호흡기질환 여부를 점칠 수도 있다. 또 치과, 내과, 이비인후과 검사를 통한 가능성 검사도 진성구취 여부를 알 수 있다.

다음, 가성 구취다. 실제로는 구취가 약하지만 본인은 입 냄새가 심하다고 믿는 가짜 구취다. 타인이 냄새를 의식하지 못하고, 객관적 테스트에서도 구취로 구분되지 않는다. 다만 본인만 불쾌한 냄새가 난다고 느낀다. 가성구취인은 답답함에 주위 사람들에게 “냄새가 어느 정도 심해”라고 묻곤 한다. 그 때마다 주위에서는 “냄새가 안 난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은 구취를 느끼는 데 옆에서는 아니라고 하니까 더 곤혹스러워한다. 그렇기에 임상적으로 가성 구취인이 진성 구취인에 비해 스트레스 강도가 더 심하다.

마지막으로 구취 공포증이다. 입 냄새의 지속을 의심해 사회생활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실제로 입 냄새가 나는 진성구취, 실제로는 구취가 심하지 않은 가성구취를 모두 포함한다. 또 치료가 끝난 뒤에도 계속 구취가 있다고 믿는 경우다. 냄새에 대한 불안이 지속되면 공포증, 강박증으로 인해 대인관계에 극히 소극적이고 우울증 증세도 보일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의 입냄새가 심하고, 주위에서 모두 안다고 생각한다. 일부는 망상 증세도 보인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상상속의 구취로 괴로움을 겪는다. 대개 구강청결 용품을 상용하고, 사람을 만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극단적인 경우 우울증에 시달린다. 이는 정신적인 문제로 심신의학적인 전문 치료가 필요하다.

구취 중에서 가장 치료가 쉬운 게 진성 구취다. 실제로 나는 냄새의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가성 구취나 구취공포증은 입 냄새 실체가 없다. 그렇기에 현대의학에서는 심인성으로 풀이해 신경정신과적 치료도 한다.

그런데 가성구취든 구취공포증이든 입안이 텁텁하고, 구강이 건조한 증상이 있다. 입안의 텁텁함과 입 마름을 치료하면 가성구취나 구취공포증 환자가 느끼는 입 냄새도 사라진다. 가성구취나 구취공포증도 한의학적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김대복

 한의학 박사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과 저서에는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 ‘입냄새 한 달이면 치료된다’, ‘오후 3시의 입냄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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