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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대와 꼰대

기사승인 2019.07.11  10:3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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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진의 글로 보다]

살다보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그런 일을 많이 겪는다. 나는 그 사람에게 나름대로 잘해줬다 생각했는데 나에게 무례한 행동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땐 그 사람이 나한테 대체 왜 그러는지 도통 이해하기 힘들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난 그렇게 호감을 표시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나에게 이유 없이 잘 대해주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땐 그 사람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유 없이 나에게 무례한 사람을 보면 일단 불쾌한 기분이 들지만, 대체 이 사람이 나한테 왜 그럴까 이유를 찾아본다. 사람은 끊임없이 이유를 찾아 헤매는 존재니까. 그 사람에게 했던 나의 말과 행동을 하나하나 복기하며 무엇이 그 사람의 마음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하나하나 다 내 잘못 같다. 나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지만 그 사람 입장에선 섭섭했을 것 같고 모든 것이 다 내 탓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인간관계에서 비슷한 일을 겪을 때 마다 늘 그런 식의 생각들을 했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그건 어쩌면 내 잘못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나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는 건 내 잘못이 아니라 그 사람이 무례한 사람이라는 것.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마음이 한순간에 편해졌다. 그 뒤로는 누군가 나에게 무례하게 대해도 그렇게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는다. 나쁜 건 그 사람이지 내가 아니니까.

Ⓒ픽사베이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갈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골 기사가 있다. 이른바 ‘홀대’에 관한 것이다. 공항에 누가 마중 나왔느냐, 아침 식사는 누구와 어디서 했느냐, 회담 시간은 몇 분이고, 상대방이 회담에 얼마나 늦게 나왔느냐 등에 따라 홀대를 당했다는 식으로 기사가 뜨고 야당은 국가적 망신이라며 대통령과 여당을 공격한다. 그런데 정작 왜 홀대를 당했는지, 그 홀대가 마땅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상식적으로 정말로 홀대를 당했다면 왜 홀대를 당한건지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마땅한 이유가 없다. 사실 외교관계라는 건 매우 복잡한 것이고 모든 상황이 다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그 내막이 정확히 밝혀지려면 시간이 필요한데도 표면적으로 드러난 일만 보고 쉽게 단정 짓고 비판의 도구로 삼는다. 마치 홀대 받기를 바랐다는 듯이 신나하는 것 같다.

만약 상대가 우리가 침략전쟁을 일으킨 나라라면 홀대를 받았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런 경우가 아닌데도 홀대를 받았다면 상대국을 비난하는 게 정상적인 반응 아닐까. 한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을 무례하게 대우한 그 나라가 비난받아야지 홀대 받은 것도 마음 상할 일인데 비난까지 받을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심지어 습관적으로 회담시간에 지각하는 대통령과의 만남도 굴욕적인 회담이라고 비난한다. 정작 몇 시간이나 늦은 상대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상대방이 나에게 어떤 대접을 할 것인가 계속 생각하는 것도 일종의 자격지심이다. 상대방이 이렇게 대하면 극진한 대접이고 저렇게 대하면 홀대인가. 그럼 그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것인가. 각 나라마다 서로간의 관계가 있고 각자의 문화가 있는데 그 기준을 어떻게 통일할 수 있을까.

홀대에 관한 여러 반응들에 대해 생각하다 문득 아무 관계없을 것 같은 ‘꼰대’라는 낱말이 떠올랐다. 사람마다 꼰대에 대한 기준이 다르긴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꼰대의 모습 중에 하나는 늘 대접받길 원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대접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분노를 드러낸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있다. “내가 누군지 알고” 정작 그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무례하게 구는 경우가 많다. 내가 누군지 아냐고 소리 높여 외치는 그 사람이 누군지 잘 몰라도 대접에 집착하는 걸 보면 그리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건 충분히 알 것 같다. [논객닷컴=김동진]

김동진

한때 배고픈 영화인이었고 지금은 아이들 독서수업하며 틈틈이 글을 쓴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동진 hasom75@hanmail.net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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