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객칼럼=신재훈] 은퇴 후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되는 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30년 정도로 막연히 짐작할 뿐이다. 그 30년이 어느 정도 긴 시간인 지를 실감하기 위해 시간으로 환산해 보겠다.

하루 24시간 X 30일 X 12개월 X 30년 = 259,200 시간

그 중 잠자는 시간 8시간, 삼시 세끼 식사 시간 3시간, 씻고 화장실 가는 시간 1시간을 빼더라도 259,200 시간의 절반인 129,600 시간, 대략 13만 시간이 주어진다.

몇몇 유력 금융기관 은퇴연구소에서 8만 시간을 얘기하는데, 난 어떻게 8만 시간이 나오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나이 들면 잠도 줄어 8시간 자는 사람도 드물 텐데, 물론 낮잠 시간 포함하면 혹은 잠잘 때처럼 아무 것도 안하고 누워만 있다면 8시간 이상이 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들의 말에 시비를 걸자는 뜻으로 한 말은 아니다.

내 말의 본질은 우리가 생각 하는 것보다 은퇴 후 우리에게 주어지는 절대 시간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

Ⓒ픽사베이

13만 시간, 실감이 안 가는가?

이해를 돕기 위해 이런 상상을 해보자. 

우리는 지금 인천 공항을 떠나 파리 드골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에 타고 있다.

비행 시간 12시간 정도, 대략 은퇴 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13만 시간 중 하루 잠자고 먹고 싸는 등의 생존을 위한 필요 시간을 뺀 나머지 12 시간과 대충 비슷한 시간이다.

12시간의 비행, 비즈니스나 퍼스트 클래스가 아닌 이코노미 클래스에서는 정말로 견디기 힘들만큼 지루하고 무료하고 온몸이 뻐근하다.

오죽했으면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겼겠는가? 시간이 느려지기라도 한 듯 정말 안 간다. 마치 군대 시절 국방부 시계처럼 말이다.

물론 개인에 따라, 비행기 안에서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지루함의 정도는 달라 질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지겹고 긴 시간임에는 틀림 없다.

시간이 너무 짧고 아쉽게 느껴지는 사람은 오직 비즈니스나 퍼스트 클래스를 처음 타본 사람뿐일 것이다. 잠들기도 아까울 테니 말이다.

이제 은퇴 후 당신에게 매일 12시간의 비행이 30년 동안 반복된다면 어떨 것 같은가?

생각만 해도 끔찍한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그러면 안 된다.

지금까지는 하루 12시간이라는 절대 시간만을 얘기했다.

이제부터는 은퇴 전과 은퇴 후 시간을 비교한 상대 시간에 대해 얘기해 보자

은퇴 전에는 “시간 없어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시간이 부족하니까...
정확히 말하면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이 없다는 얘기다.

은퇴 후에는 “ 뭐하지?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남는 게 시간 이니까.

정확히 말하면 시간은 많은데 할일(돈 버는 일뿐만 아니라 소일거리, 취미 활동 등 시간이 소요되는 모든 종류의 활동)이 없다는 얘기다.
바로 이것이 시간의 역설이다.

물리학, 수학의 기초적인 이론을 대입하면 해답은 매우 간단하다.
시간은 늘이거나 줄일 수 없는 고정변수이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늘 시간이 부족한 은퇴 전에는 하는 일을 줄이던가 일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반대로 늘 시간이 남아도는 은퇴 후에는 일을 늘리던가, 일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너무나 뻔한 답이지만 실천하기는 너무나 어렵다. 오죽했으면 이번 글의 주제가 되었겠나?

은퇴 후 겪는 문제 중 돈 문제 빼고는 아마도 가장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일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이 문제에 대해 다양한 측면의 해법들,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될 것이다.

물론 나만의 독특한 방법도 있고 일반적인 것을 나에게 맞게 잘 소화하고 재해석한 그런 응용 방법도 있다.

오늘은 그러한 방법론을 제시 하기에 앞서 무엇이 문제이고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춰 얘기하겠다.

증상과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 병을 고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은퇴 전과 후의 시간이 어떻게 소비되는가를 살펴봄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은퇴 전 하루 일과를 보자.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고 출근 준비하고 대중교통 또는 자가용으로 일터로 간다. 이것도 최소 2-3 시간은 걸린다.

일터에서 하루 종일 퇴근할 때까지 일을 한다. 물론 중간중간 담배도 피고 땡땡이도 치고 점심도 먹고 차도 마시고 잡담도 하지만, 그것도 일터에서의 활동 중 하나이므로 역시 일이다.

출근해서 퇴근 할 때까지 무엇을 하던 시간은 간다. 때때로 야근도 하고 퇴근 후 회식도 하고 접대를 하거나 받거나 하고 동료, 친구들과 식사와 술자리도 갖는다. 집에 오는 시간 씻는 시간 잠시 TV보며 멍 때리는 시간 이것도 최소 2-3시간 걸린다.

주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직장 상사에서 무서운 와이프로 보스가 바뀐 것 빼고는 말이다. 그동안 밀린 집안일도 하고 애랑 놀아주고 본가에 처가에 가고 마트도 가고…

회사에서는 땡땡이라도 치지만 매의 눈을 가진 와이프 밑에서는 그것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남자들은 기회만 되면 호시탐탐 밖으로 기어나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거다.

필요도 없는 휴일 근무도 만들고, 있지도 않은 거래처 접대도 만들어 내고 각종 경조사도 만들어 낸다. 자기 스스로 무엇인가를 찾아서 할 것은 그저 쉬는 것 정도밖에 없다.

어디 지루할 틈이 있겠는가? 그러니까 “피곤하다”  “시간이 없다”고 항상 노래를 부르는 거다.

나에게 주어진 24시간이라는 절대 시간은 같지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다.

은퇴 후 일과를 보자.

잠자고 씻고 먹고 싸고 등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의 소비 이외에 강제로 정해진 시간은 없다. 다시 말해 생존을 위해 필요한 단 몇시간을 제외하고는 남는 모든 시간을 내가 스스로 알아서 무엇을 할지 결정하고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이다.

젊었을 때는 그렇게 없어서 문제였는데, 은퇴 후에는 감당이 안될 정도로 남아서 문제다. 이것이 바로 은퇴 전후 상대적 시간, 즉 체감하는 시간의 길이가 차이를 보이는 이유이다. 내가 스스로 알아서 무엇인가를 해야만 하는 시간의 차이, 그것이 상대적 시간의 핵심인 것이다.

이제 해결의 실마리가 좀 보이는가?

은퇴 후 주어진 최소 8만 시간에서 13만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즐겁고 보람차게 보내기 위한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터득한 최고의 해법은

첫째, 은퇴 전 일을 하면서 소비했던 시간을 대체할 또 다른 일거리를 만드는 것이다.

둘째, 실제로 같은 활동을 하고 같은 시간을 소비하더라도 덜 지루하게 하는 방법이다.

셋째, 똑 같은 일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세가지 방향으로, 그것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다.

그래야 시너지가 생긴다.

또한 세 가지 방향 중 한쪽이 조금 부실해도 다른 쪽이 보완할 수 있고 비중과 수위 조절을 통해 밸런스를 맞출 수 있다.

다음 글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겠다.

신재훈

BMA전략컨설팅 대표(중소기업 컨설팅 및 자문)

전 벨컴(종근당계열 광고회사)본부장

전 블랙야크 마케팅 총괄임원(C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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