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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라는 허상

기사승인 2018.12.11  1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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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수연의 하루 시선]

[논객닷컴=정수연] 마녀가 준 독사과를 먹고 쓰러진 공주님을 로맨틱한 키스로 구해내는 왕자님 이야기부터 일반 학교에 전학 온 마법소녀가 악당을 물리치고 남주인공과 연애하는 이야기까지 수많은 곳에서 낭만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드라마와 영화, 연극, 뮤지컬, 소설, 만화 그리고 수많은 매체에서 그려낸 세기의 사랑을 보고 자란 필자는 ‘사랑’에 환상을 가졌다.

사랑은 낭만적이고, 나만 바라보는 사람과 만나 달달하게 연애하는, TV에서 언제나 봐왔던 그런 연애에 대한 환상. 서로에게 단 하나뿐이며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는 것. 사회 경제적 배경을 떠나 인간 대(對) 인간으로 동등한 관계가 성립되고, 같은 감정을 공유하며 내적 통일성을 실현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이처럼 미디어가 만들어낸 환상은 연애를 굉장히 로맨틱하며,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만든다. 환상이 현실에서 실현 가능한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픽사베이

이런 낭만적인 사랑은 근대 자본주의가 발달하던 18세기 본격적으로 발달됐다. 이전까지의 가부장적 경제체제 속에서 여성은 상품으로서 소비됐으나, 근대 자본주의 도시에서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력에 가치를 매기고 팔 수 있는 자유를 갖게 되면서 여성 또한 상품이 아닌 ‘사람’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전과는 달리 여성을 재생산의 도구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과 낭만적인 사랑을 통해 욕망을 충족하고 재생산은 사랑의 덤으로 얻게 됐다.

낭만적 사랑이 결합된 경제 체제는 이전의 가부장적 경제 체제에서보다 여성을 인정했다. 적어도 ‘사랑’하는 관계에서 여성은 비교적 평등한 관계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근대 자본자본주의 이후 강화된 남성 중심의 경제는 여성을 남성에게 종속되게 만들었다.

새로운 정치경제는 공(시장), 사(가정)와 생산, 재생산의 철저한 구분에 기반하고 있다. 기능적으로는 시장에서 여성도 노동자로 일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과 임신, 출산, 양육의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이는 여성의 사회 진출을 막고 가정에 머무르게 만들었다. 여성이 독립적인 경제 주체가 되는 것을 방해하고 시장의 ‘자유로운 노동자’인 남성의 경제력에 의존하게 만들었다.

이런 구조에서 서로를 동등하다고 인정하는 낭만적 서사는 허상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실에서 사회적,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자아를 실현하기 어려운 여성들은 ‘나’의 유일성을 알아보는 상대방과 동등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로맨스 서사에 더욱 집중하게 됐다.

근대 자본주의를 지나 후기 자본주의에 접어든 현재는 근대 자본주의 시대의 이분법적 구분이 느슨해졌다. 그러나 로맨스 서사를 통한 근대 자본주의 시대의 이분법적 여성상은 여전히 기능하며 매체를 통해 우리의 삶에 자연스레 침투한다. 필자가 사랑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성이 로맨스라는 허상을 버릴 때 여성은 반쪽짜리 자유가 아닌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정수연

사람을 좋아하고 글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이들을 이해하고 싶어 글을 씁니다.

논객닷컴 청년칼럼니스트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ews34567@nongaek.com)도 보장합니다. 

정수연 jeongsuyeon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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