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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다3_동방을 지배하다

기사승인 2019.08.24  09: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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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와 사진작가의 14,400km의 여정

동방을 지배하다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도시를 꼽으라면...

미국의 뉴욕과 시카고, 프랑스의 파리, 일본의 교토, 인도의 뭄바이, 이라크의 바그다드, 탄자니아의 다르에스살렘, 터키의 이스탄불, 영국의 맨체스터, 캐나다의 위니펙, 페루의 리마, 그리고 러시아의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이다.

하고 많은 도시 중에 왜 하필 블라디보스토크일까?
초등학교 (그때는 국민학교) 국사 시간에 독립운동에 대해 배울 때 그 지명이 참으로 멋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내 머릿속에 각인된 이 도시를 꼭 가보고 싶었다.
근대와 현대가 어우러진 블라디보스토크에는 다행히도 그 옛날 독립운동의 흔적이 여러 곳에 남아 있다. 험난했던 1900년대 초에 이국땅에서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그들의 노고를 다소나마 체득할 수 있어 위로가 되었다. 그래서 블라디보스토크는 낯설지 않은 느낌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내리면

Welcome to Vladivostok
歡迎 海参崴
블라디보스토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라는 팻말 같은 것은 없다. 단지 러시아어로 Владивосток라고 써있을 뿐이다. 단순명료하게! 참고로 러시아에서는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 오직 러시아어와 손짓발짓만 통한다.

블라디보스토크의 관문인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 한마디 없이 오직 러시아어 ‘Владивосток’만 붙어있다. Ⓒ김인철

푸른 바다와 근엄한 군함들

제국 러시아 → 소련 → 러시아를 거쳐오는 동안 이 나라의 오랜 소원 중 하나는 부동항(不凍港)을 갖는 것이었다. 러시아의 면적은 17,098,242㎢로 세계 1위를 자랑한다. 99,720㎢의 한국(남한, 세계 109위)에 비해 약 171배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러시아는 그 넓은 땅덩이가 대부분 춥기 그지없으며, 겨울이 되면 바다가 꽁꽁 얼어붙어 배가 입항할 수 없게 된다. 그나마 항구다운 항구를 뽑으라면 블라디보스토크가 유일하다. 그래서 동쪽 끝에 있는 이 도시는 ‘동방을 지배하다’라는 뜻을 안고 있으며 극동함대 사령부가 있다.

즉 해군기지이며, 연해지방 최대 어업기지이며, 북극해와 태평양을 잇는 북빙양 항로의 종점이며, 모스크바에서 출발하는 시베리아 철도의 종점이기도 하다(반대로 출발점이기도 하다). 동남쪽 끝에 있기 때문에 기온이 비교적 높으며 한국, 중국, 일본과 가까워 국제화된 도시이고 고려인 3세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기도 하며, 한국인 유학생도 많다. 최근에는 중국인들이 대거 들어와 중국화되는 경향이 있다(이는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가 마찬가지다).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그 유명한 영화배우 율 브리너(Yul Brynner, Yuli Borisovich Bryner)의 고향이 블라디보스토크라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일제 암흑기에 처했던 1920년 7월에 태어났는데 그의 아버지는 대한제국으로부터 목재 채벌권을 얻어 부를 얻었으나 러시아혁명으로 몰락했다. 이후 율 브린너는 만주, 한국, 일본을 오가며 살다가 1940년 미국으로 건너가 영화배우로 명성을 얻었다. 이래저래 한국과 인연이 깊은 배우다. 그래서 블라디보스토크는 더욱 반갑다.

블라디보스토크는 평지이다. 가장 높은 산이 오를리노예 그네즈도(Orlinoye Gnezdo) 산인데 겨우 214m이다. 이 꼭대기에 풍광 좋은 작은 광장이 있는데 그곳이 독수리 전망대이다. ‘독수리 둥지’라고도 불리는 이곳에 오르면 골든혼(Golden Horn)과 아무르스키(Amursky), 우스리스키 만(Ussuriisky Bay)과 러시아섬(Russian Island)을 조망할 수 있다.

독수리 둥지는 세계 여러 곳에 있다. 철학자 니체가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집필한 프랑스 에즈에도 있으며, 히틀러가 별장으로 사용한 독일 켈슈타인하우스에도 독수리 둥지가 있다. 그러고 보면 이곳은 역사에 이름을 남긴 강성 인물들이 머물렀던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높이 214m 그네즈도 산 ‘독수리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러시아 유일의 부동항 블라디보스토크. Ⓒ김인철
Ⓒ김인철
유명한 영화배우 율 브리너(1920~85)의 고향답게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 인근 도로에 동상이 세워져 있다. Ⓒ김인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차로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작은 도시 우수리스크. 연해주 한인 독립운동의 중심지로 인근에 러시아 한인 이주 기념관,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1860~1920) 선생의 집 등이 있다. Ⓒ김인철
Ⓒ김인철

몇 번째 결혼식일까?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사랑을 유지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일까?

헬렌 궐리 브라운은 “혼자 사는 여자가 안게 되는 가장 큰 문젯거리는, 항상 그녀에게 결혼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종용하는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말이 듣기 싫어 여자는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결혼을 하지는 않겠지만, 첫 번째 결혼이 실패했다고 느끼면 망설이지 않고 이혼 후 재혼하는 것이, 체면을 지키려 지옥 같은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보다 나으리라.

러시아 여자들은 일생에 보통 두 번 이상의 결혼을 한단다. 그렇다면 남자도 마찬가지일 게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까지 남녀공학인 것이 큰 요인이라 하는데... 어찌 러시아만 남녀공학일까? 유독 러시아에서만 2~3회의 결혼이 보편화된 것은 민족성에 기인한 것 아닐까? 그 민족성이 무엇인지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한국에서 독신 남/여성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에 비해 평생 2~3회의 결혼을 한다면 그만큼 출산율도 높을 것이고, 그만큼 국가의 고민도 줄어들 것이다.

누가 신부인지 모르겠으나 새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친구들이 모여 축배를 들고 있다. 화려한 옷보다 더 행복한 결혼생활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

막 결혼식을 마친 신부와 그의 친구들이 독수리전망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결혼한 신랑·신부도 포함됐을 숱한 젊은이들이 끝없는 사랑을 약속하며 매달았을 자물쇠들. Ⓒ김인철
Ⓒ김인철

 

 김인철

 야생화 칼럼니스트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김호경

1997년 장편 <낯선 천국>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여러 편의 여행기를 비롯해 스크린 소설 <국제시장>, <명량>을 썼고, 2017년 장편 <삼남극장>을 펴냈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ews34567@nongaek.com)도 보장합니다. 

김인철, 김호경 atomz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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