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비중확대 · 자회사 신세계건설 지원 부담 · 무리한 사업확장이 '화근'
노조, 현장 인력부족 들어 구조조정 반발 …신용등급 하락은 경영개선에 부담

[논객닷컴= 이서문 기자] 이마트가 위기다. 매출정체에 수입은 급감하고 있다. 자연 재무구조 악화로 신용등급마저 하락했다. 회사측은 위기극복을 위해 사상 첫 전사적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감량경영에 나섰다. 물론 노조는 사측의 인력구조조정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2011년 분사 이후 2023년까지 별도 기준 총 6조 2천억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으며, 2023년 역시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1,879억원으로 전년 대비 27.3% 줄어들었다. 작년도 매출은 약 29조 4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신세계건설 대규모 손실로 연결기준 사상 첫 영업손실을 냈다.

이마트가 위기에 직면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이 커지면서 대형마트가 위협받고 있다.이마트의 주력사업인 대형마트는 온라인 상거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가까운 곳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고 마는 구매 패턴이 일반화하면서 장사가 잘 안 되자 가양점·성수점을 비롯한 주요 점포를 매각하거나 문을 닫았다.

경영위기에 창사이래 처음으로 전사적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이마트. (사진=연합뉴스)
경영위기에 창사이래 처음으로 전사적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이마트. (사진=연합뉴스)

그래서 G마켓을 인수하는 등 온라인 부문을 대폭 강화했다. 하지만 이 시장의 경쟁은 너무 치열해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거센 공세에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 쿠팡은 지난해 이마트 매출을 앞질렀다.

자회사 신세계건설의 빠른 부실화 진전이 이마트 경영에 큰 부담이 됐다. 신세계건설이 지난해 1878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영업적자를 내는 바람에 이마트가 사상 첫 적자(연결기준)를 기록했다. 자회사의 부도를 방치할 수 없이 지원을 늘린 것이 주요원인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무리한 사업확장과 본업과 무관한 잇단 인수·합병이 재무부담을 키워 이마트 위기를 가속화했다.

이에 따라 한국신용평가는 26일 이마트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한 단계 낮은 ‘AA-/안정적’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나이스신용평가가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AA-’로 강등한 데 이어 신용평가사들이 잇달아 이마트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에 나선 모양새다. 신용등급 강등은 해당기업에 대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금리부담을 가중시켜 자금조달 부담을 키운다는 점에서 이마트는 경영개선을 저해할 또다른 악재를 만난 셈이다.

위기의 심화에 급기야 이마트가 최근 감량을 선언했다. 실적 악화와 재무 부담 속에 이마트는 창립 후 처음으로 근속 15년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한채양 대표는 지난 25일 임직원들에게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를 보내 “회사가 살아야 모두가 생존할 수 있다는 절박함으로 이번 선택을 하게 됐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우리 이마트의 임직원들은 지난 30년간 헌신적인 노력으로 회사의 성과를 일궜으나, 지금 이마트를 보면 과거의 화려했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라면서 “여기서 변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의 생존은 보장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위기극복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이어 그는 “회사가 어려움을 털어내고 강한 이마트로 되돌아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 지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오프라인 3사를 통합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점포 출점을 재개하며 기존 점포는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구성을 바꿔 나가고 있지만, 오랜 기간을 통해 비대해진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노력도 허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이 같은 상황에“지난 수년 간 이런저런 이유로 비대해지고 복잡해진 조직을 슬림화하고 계층을 단순화할 절대적인 이유에 당면했다”면서 “조직의 슬림화와 계층의 단순화는 필연적으로 인력의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아주 무거운 마음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사상 첫 명예퇴직에 진통이 따르지 않을 수 없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이마트지부(이하 이마트노조) 소속 100여 명의 조합원은 27일 서울 이마트 본사 앞 집회를 개최해 이마트의 일방적인 복지제도 감축 및 구조조정 시행을 규탄했다.

이마트노조는 이미 현장에서는 인력이 부족한 실정인데 인력감축이 웬 말이냐고 반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고용통계상 이마트 전체 직원은 작년 3월 기준 25,761명으로 전년 동월 기준 27,033명보다 1,272명 감소했다. 이는 5년 전인 2018년 동월과 비교를 한다면 5,055명이 감소한 것으로 매년 천명 이상의 인원이 자연 감소하는 셈이다.

이마트 노조는 “이마트는 2018년 이후 개인 사정 및 정년으로 인한 퇴직자가 발생 시 인원 채용을 하지 않고, 신규점포 출점 시 기존 점포 사원의 전배로 메꾸고 있어 현장은 이미 만성적 인력 부족 상태”라며 구조조정을 즉각 멈추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마트의 희망퇴직 신청 공고에 따르면 이번 희망퇴직 신청 대상자는 근속 15년 이상이자 과장급 이상 전체 직원이다. 특별퇴직금은 월 급여 24개월치로, 기본급 기준 40개월치에 해당한다. 생활지원금 2500만 원과 직급별로 전직 지원금 1000만∼3000만 원을 지급하고, 재취업 컨설팅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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